블로그가 유행하면서, 온라인 상으로 글을 적어 공개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리플을 달거나 추천도 해주고, 애드센스를 통해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글을 쓴다. 일기쓰는 것도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글쓰기를 싫어하는 일반인의 성향을 돌이켜볼때, 대단한 변화이자 건설적인 취미라 할 만 하다.

그런데 글을 자주 쓰거나, 자신의 블로그와 닉네임이 어느정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자각하기 시작하면, 사용하는 어휘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필자' 라는 단어는 '나' 라는 가벼운 1인칭 대명사보다 뭔가 배운 듯 하면서도, 격조있는 느낌을 주어서 블로거들이 자주 쓰는데, 예민한 사람들이 보기엔 잘난척 하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필자와 나로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보면 그 느낌의 차이가 분명하다.

필자가 오늘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내가 오늘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필자가 생각하기엔...
내가 생각하기엔...

왠지 필자하니까,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목소리를 낮게 깔며 얘기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그런데 필자라는 단어를 블로거들이 어디서 보고 따라했을까? 1순위는 단연 신문일 것이다. 특히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문 보다는 사설이나 칼럼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근데 신문이란 매체가 '나' 라는 대명사를 쓰기엔 어색한 구석이 있다. 나를 쓰면 너무 가볍고 개인적인 느낌이 강해, 신문과 같은 객관적인 매체와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라는 단어를 애용하는게 아닌가 싶다. 블로거들은 신문을 통해 이런 표현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글쓰기에도 활용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블로그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고 탈권위적인 공간이라서, 신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쓴이의 실명은 물론, 직업이나 나이 등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필자, 필자... 하면 보는 이에게 상당히 어색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대체 뭐하는 놈인데, 필자라고 폼잡고 다니는 거지? 그냥 '나' 라고 쓰면 안돼?" 다른 이의 분석을 보면, 필자가 일본식 표현이자 권위주의의 산물이란 소리도 있는데, 굳이 어휘의 출처를 따지지 않아도 젊은이들이 다수인 블로그 사회에서 필자의 사용은 한수 가르친다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을 일으키기 쉽다. 애써 좋은 글을 써놓고도, 이런 사소한 문제로 보는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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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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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사용기에 자주 등장하는 '필자' 가 과연 자신을 칭하는 말인지??????

    Tracked from Tactical Photography 2007/07/29 02:54  삭제

    [중앙일보 배상복] "필자가 보기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필자의 경험을 얘기해 보겠다" "필자가 알기로는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 등처럼 글을 쓸 때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 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필자(筆者)'는 제3자가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자신을 칭하기에는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 자신을 가리킬 때는 경우에 따라 '내가' '제가' 또는 '본인이' 등으로 적당히 표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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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07/07/26 13:4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완전 공감이군요. 전 필자란 단어가 보이면 닫아버리거나, 좀 앆K운 글이라면 무조건 '본인' 혹은 '나'로 대치해서 읽습니다.

  2. 스스로를 3인칭으로 표현하는 건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죠.

  3. 공감 백배입니다.!!!

  4. 필자보다는 글쓴이라고 쓰는게 그나마 낫긴 한데, 이것도 역시 3인칭 표현이라는 점에선 다를 바 없죠... 개인적인 공간인 블로그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혹시 웹진을 표방하는 대형 팀블로그 같은 곳이면 모를까요...

    그런데 저도 겉멋으로 그렇게 쓴 표현이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네요... 한 번 검색해봐야겠네요...

  5. [본인] 이란 말이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말도 박정희, 전두환이 즐겨쓰면서 어감이 상당히 안좋아졌다고 하네요. 한자어이기도 하고, 3인칭적인 용도로 많이 쓰이죠. 역시 [저]나 [나]를 쓰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6. 윽 저는 '필자'라는 표현을 자주씁니다. .ㅠㅠ
    물론 개인 블로그에서는 쏭군은 머머했다... 는 씩으로 쓰지만.. 이왕 글을 쓸 때 제대로 된 글을 쓰고자 할때는.. 달리 마땅한 표현이 없더라구요.. ㅠㅠ

  7. 본좌 보단 낫지 않나요 ^^
    필자라 함은 자기가 쓴글이 어느정도 대중에게 영향력이 있을때 부여되는 명칭이 아닐런지요...

  8. 수년전부터 느끼고 있었는데..저만 그런건 아니였군요
    `필자`라는 단어에서 풍겨지는 거만하고 권위적인듯한
    느낌때문인지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더군요..

  9. 예전 작가 이영도씨가 온라인 상에서 스스로를 '타자'라고 쓰던게 생각나네요...
    역시 필(筆)보다는 타(打)가 맞다고 생각되지만..'저' 또는 '나'가 자연스러운거 같아요.

  10. 필요한 내용을 골라보기때문에 그런지 그런 부분은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 않더군요.^^;

  11. 상디야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이 블로그에 광고가 자그마치 12개이지만 보고 싶은 컨텐츠만 골라보듯이요^^

  12. 간혹 글 속에서 글쓴이를 서술해야 할 때가 있는데, '나'를 쓰기 어색한 상황도 있긴 하죠. 하지만 저도 '필자'하면 뭔가 먹물냄새가 나서 쓰기 싫고... 그럴 때는 '필자'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게 문장을 새로 써버립니다. 쉽게 말해 길을 돌아가는거죠.

  13. 저역시 필자란 말은 쓰면 왠지 방만한 태도가 되는 것 같아서 피합니다.

  14. 다 좋은데 "신문과 같은 객관적인 매체"라는 부분이 좀 거슬리는 군요 저는 신문이야 말로 좌-우 성향을 떠나 가장 객관적이지 못한(하지만 그동안 객관적임을 가장해온 혹은 객관적이라고 우기고 있는) 매체라고 생각하거든요...

  15. '필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글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굉장히 건방지고 거만해보이더군요.

  16. 자각하기 힘들었는데.. 좋은 지적이네요~
    저도 몇번쯤은 그렇게 쓴 기억이 가물거리는데요..ㅎㅎ

  17. 적극공감 2007/08/03 11:2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도 '필자'란 말이 자기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글을 쓴 제3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러 '파워블로거'의 글들을 보면 '필자'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심지어는 '여러 사람이 필자라는 말을 쓰고 있으니 써도 된다' 라는
    의견도 있더군요.
    아무리 언어라는 것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의미가 바뀌어 가는 현상이
    있다지만, 애초에 잘못된 사용법을 방치하면서 그것을 합리화 해 나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글'로써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블로그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또한 일부에서는 단지 '일본식 단어' 이기때문에 쓰지 않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편협한 문화적 차별입니다. 물론 일본식 단어는
    저도 쓰기 싫습니다만, '잘못된 표현이기 때문에' 필자를 쓰지 말아야지
    '단지 일본식 단어이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일본식 단어만 아니라면, 잘못 써도 괜찮다' 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거든요.
    자칭, 타칭 '파워블로거'라고 하는 분들부터 올바른 글습관을 보이는
    모범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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