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정일 삼국지 5권째를 읽고 있다. 조조는 천자를 볼모로 잡고 중원통일을 거의 이룩하는 등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반면에, 유비는 여기저기 쫓겨다니며 부인까지 잃는 등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찌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체 10권중 4권에 이르러서야 제갈량을 만나, 손권과 함께 조조에게 반격할 기회를 찾고 있다. 재밌는 것은 삼국지를 읽다보면, 게임 삼국지가 자연 오버랩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릴때부터 컴퓨터를 접했던 젊은 독자라면 게임을 먼저 접하고, 원작(소설)을 나중에 찾아읽는 경우가 적지 않을 듯 하다. 나또한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과 병기, 전략의 특성에 대해 게임 삼국지의 그것을 대입해 보곤 하는데, 그렇게 어색하지가 않다.

이참에 게임 삼국지에 대해 조금 얘기하면, 내가 가장 최근에 했던 삼국지 시리즈가 삼국지10이다. 삼국지10은 어이없는 한글화능력치 1인 소시민의 천하통일기로 유명한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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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주가 아닌 신하로 시작할 수 있고 미션 수행 등의 RPG적 요소가 있어, 나름 독특하고 재밌는 시리즈였다. 하지만 역대 삼국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영토가 팽창되다 보면, 관리하기가 점점 버거워지고 결국 위임이나 속전속결로 끝을 봐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세심한 재미는 떨어지고 단순 노가다형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삼국지10은 [지휘]라는 커맨드가 있어서, 출장한 장수들의 행동력을 한 장수(예를 들어, 여포같이 무력이 강한 장수)에게 몰아주면 별다른 피해없이 전쟁을 3~4턴에 끝내는 등 얍삽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렇게 게임을 끝마치고 나면, 삼국지를 더이상 손대고 쉽지 않을만큼 지쳐버리곤 한다.

게임 삼국지에서는 [지략]이 인재 포섭과 외교에 있어 중요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소설 삼국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력이나 매력은 강하지만 지략이 떨어지는 군주밑에서 모사가들이 화려한 언변을 통해 국정의 향방과 전쟁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특히 적수의 무장이나 모사가마저 입맛을 다셔가며 뺏어오려는 조조의 모습은, 게임중에 유명한 인물들을 만났을때 나중에 죽이지 말고 포섭해야지 하는 내 모습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삼국지를 읽다보니 지겹게 했던 게임을 다시 손대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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