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서 조사받은 일 때문에 대선 관련 글을 쓸 기분이 영 나질 않는다. 11월 2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단순한 지지, 반대의사를 표현하는게 합법적으로 가능해졌다고 하지만 이또한 선거법상의 말장난에 불과해 보인다.

비방은 하지 말고 반대의사를 표하라?

내가 경찰서에서 조사받을때 형사님과 언성을 높였던 부분이 바로 '비방' 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나는 그동안 '비방' 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들어 남을 헐뜯고 욕하는 것인줄 알았다. 그래서 기사로 보도된 자료를 근거로 해서 "모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서, 한명의 국민으로서 바람직한 인물인가?" 라는 화두로 적은 나의 글은 '비방' 보다는 '비판' 에 가깝다며 스스로를 변호하였다. 하지만 형사님은 사전을 찾아보라며, '비방' 은 남을 나쁘게 말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비방誹謗 [명사][하다형 타동사] 남을 나쁘게 말함. 남을 헐뜯고 욕함. 산방(謗).
   ¶ 동료를 비방하다.
   ¶ 욕설과 비방을 퍼붓다.

사전에도 나와있다고 하니 더이상 비방이네 아니네로 형사님과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후보 누군가를 반대하는데 있어서는 그의 정책이나 기조가 맘에 들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그의 행적, 인물됨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일수도 있다. 결국 그런 부분을 얘기하다 보면 그를 다소 나쁘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단점을 얘기할때 좋게만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예 그러한 설명빼고 호불호(好不好)만 얘기해라? 난 모후보가 '그냥' 싫다고? 이게 선거법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민주주의상인가?

최근 신당이 신문 1면 하단에 실은 네거티브 광고 때문에 한나라당이나 주요언론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의 생각엔 파격적인 세태에 걸맞는 파격적인 광고라 보여진다. 정책이나 이념은 각자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누가 맞네 그르네 따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르냐 하는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당의 이번 광고는 정책 보다는 도덕과 상식에 호소하는 광고로 보여진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과 의문 제시를 '네거티브' 라는 단어 하나로 대응함으로써, 그동안 국무총리 등 요직인사를 뽑을때 모후보와 비슷한 행적을 이유로 퇴짜를 놓은 사람들을 당연히 뽑아서는 안될 인물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 희생양' 이었음을 자인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 같다.

도덕이 먼저냐, 돈(경제)이 먼저냐 하는 점은 예전엔 고민도 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대가 변한 탓인지 이제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가 없다. 멋모르고 입바른 소리하다가는 나처럼 경찰서로 불려가 범법자가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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